Issue 123, Dec 2016
Car Wash - 도시 리얼리즘
Australia
2016 NGV Architecture Commission: Haven’t you always wanted…?
2016.10.14-2017.4.2 멜버른,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도심 한복판에 세차장이 생겼다. 분명 ‘CAR WASH’ 라는 간판이 반짝이고 있지만 우리가 흔히 보던 세차장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새하얀 네트로 구분되는 5개의 공간, 바닥에 깔린 핑크색 인조잔디, 반투명한 지붕.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이 독특한 세차장은 5개의 공간이 모두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빨간 플라스틱 커튼이 주렁주렁 걸려 있는가 하면 여러 개의 의자가 줄지어 있고 이따금 안개가 분사되기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각 공간이 독립된 것 같지만 그물망 구조의 벽으로 인해 양옆의 공간을 볼 수 있음은 물론 외부에서도 내부의 모습을 알 수 있다. 바닥의 잔디에는 도로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사인들이 새겨져 있으며 과속방지턱과 같은 완만한 경사도 있다. 게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지붕 테두리에 분홍빛 네온 조명이 켜지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과연 이런 곳에서 세차를 할 수 있긴 한 걸까? 아니나 다를까, 이 세차장에 단 한 가지 허용되지 않는 것이 바로 자동차라고 한다. 그러니까 이곳은 차가 아닌 사람을 위한 공간인 것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온몸으로 즐길 수 있는 유희의 공간.
● 김남은 호주통신원
‘2015 Architecture Commission’ by John Wardle Architects at NGV International Photo: John Gollings